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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ings/영화

너는 착한 아이(Being Good, 2015)_20th BIFF_아시아 영화의 창





감독 : 오미보/O Mipo

  • ㆍ제작국가 : Japan
  • ㆍ제작연도 : 2015
  • ㆍ러닝타임 : 121min
  • ㆍ상영포맷/컬러 : DCP / Color
  • ㆍ장르: 아동, 여성, 심리

기대하고 있었던 작품 중에 하나입니다. 

원작인 책이 있고, 일본에서는 올해 6월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많은 정보는 없었지만, 막연히 아동 학대에 대한 이야기라고만 알고 영화를 보게 됐는데, 끝나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어서 복잡한 기분이었습니다. 


 원작 소설은 아동 학대에 대한 5편의 단편 소설이 묶인 책입니다. 영화는 그 중의 세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고 합니다. 원작을 보지 못 했지만, 영화를 보니 나머지 두 가지 이야기도 궁금해졌습니다. 


  아동의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이 앞으로의 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동학대는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죄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아동학대를 보여줍니다. 직접적인 폭력도 있지만, 방치라던가, 차별이라던가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넘기는 모든 것들이 아이들의 마음에는 상처가 되고, 학대가 되는 것 입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남자 주인공과, 자신의 딸을 학대하는 엄마인 여자 주인공,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장애가 있는 아이, 학대 당하는 초등학생,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 모두가 학대 받는 아이들과 많은 영향을 줍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가정이고, 학교이고, 우리 주변의 모습들 입니다. 아동학대는 그런 평범한 곳에서 일어납니다. 


 집에서 방치되고 학대 당하는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있습니다. 늘 같은 옷, 같은 신발을 신고 있습니다. 늘 혼자서 학교 운동장에 남아있습니다. 엄마는 간호사이고 새아빠는 집에서 놀면서 아이에게 5시 전에는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합니다. 밥을 제대로 챙겨 먹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급식비는 연체되었습니다. 급식으로 나오는 음식이 맛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동 학대를 의심하여 상담하며 폭력을 당한 것은 아닌지 묻는 양호선생님의 말에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그런 적이 없다고 합니다. 


 여자 아이가 있습니다. 아직 유치원도 안갈 만큼 작은 아이입니다. 옷을 입을 때 팔을 제대로 끼우지 못 했다고 머리를 맞습니다. 공원에 놀러갔다가 친구 동생인 아기의 유모차를 끌고 싶다고 해서 친구와 서로 끌겠다고 싸우다가 유모차를 넘어트릴뻔 합니다. 그리고 집으로 와서 엄마에게 온 몸을 다 맞습니다. 울면서 잘 못 했다고 빌어도 엄마의 분노가 가라 앉지 않습니다. 어느 날 친구 엄마가 자기 집에 와서 자기 딸이 되지 않겠냐고 합니다. 갑자기 두려워집니다. 엄마에게 안겨서 울음을 터트리지만 엄마는 안아주지 않고 밀어냅니다. 


 상상으로는 학대 받는 아이들은 학대한 상대를 미워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그 사람에게 더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그런 작은 아이들이 그렇게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남자 주인공과 그 조카의 짧은 이야기 속에 어쩌면 해답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자친구문제, 학교 문제로 힘들어하는 남자주인공이 힘없이 앉아있는데, 누나의 아들인 조카가 힘내라고 꼭 안아줍니다. 그 아이는 그 것을 자신의 엄마를 보고 따라한 것 입니다. 엄마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안해도 된다고 했던 남자주인공은 어느새 그 포근하고 따뜻한 포옹에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통솔하기 힘들었던 자신의 반 아이들에게 가족 안아 주기 숙제를 냅니다. 


 남자 주인공의 누나는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아들이 엄마의 좋은 모습을 보고 배워서 나가서 남들에게도 그렇게 따뜻함을 베풀게 된다고. 모든 부모와 아이들이 그렇게 된다면 엄마들은 세계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겠냐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자랍니다. 선생님을 보고 크고, 옆집 할머니를 보고 배우기도 합니다. 어른들, 친구들, 가족들, 주변의 모든 것을 보며 어른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포옹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입니다. 

 

 저는 조카가 삼촌을 안아주며 힘내라고 말하는 장면, 초등학생들이 숙제를 하고 나서 감정을 이야기하는 장면, 아이를 학대하던 엄마가 그 자신도 어렸을 때 학대를 받으며 자란 피해자라는 것이 밝혀지고 같은 학대 피해자인 아이친구 엄마와 부둥켜 안고 울던 장면. 그 장면들에서 끝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슬펐다기 보다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인간이라는 것이 이렇게 약하고 또 강한 것이구나, 아름답고 잔인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도 많은 아이들은 방치 당하고,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많은 어른들은 그것이 아동학대라는 개념조차 갖고 있지 않기도 합니다. 직접적인 폭력 뿐만 아니라, 잘 못 뱉은 말 한 마디, 표정 하나가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학대가 된다는 것을 늘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