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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ings/영화

파이란 (Failan, 2001)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 이 여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 | 2001년 4월... 아직 늦지 않았다면 사랑하고 싶다.

인천에서 3류 양아치로 전전하던 강재(최민식 분). 불법 테입을 유통시키다가 걸려 열흘 간의 구류를 살다 돌아올 만큼 보잘 것 없는 삼류건달이다. 한창 때 같이 구르던 친구 용식은 어느새 조직을 거느리고, 별볼일 없이 거추장스럽기만 한 친구 강재에게 나이트 삐끼나 서라고 한다.
  그래도 고향에 배 한 척 사 가지고 돌아갈 소박하고 부질없는 꿈을 꾸는 강재. 오락실을 방황하며 인형뽑기 오락에만 열중하는 것이 그의 일과. 어느날 용식이 술을 청하던 날 밤, 그는 엄청난 사건에 휘말려 들게 되는데. 자신의 꿈인 배 한 척과 남겨진 인생의 전부를 맞바꿔야 하는 강재. 그런 그에게 '파이란'(장백지 분)이라는 이름을 가진 중국 여인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원작으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영화 [파이란]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특별히 봐야겠다거나 보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원작소설 [러브레터]를 먼저 읽고, 영화가 궁금해졌습니다. 

 

 단편 소설으로 이야기는 길지 않지만, 영화는 거의 2시간입니다. 원작과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거의 비슷합니다. 소설을 읽고도 슬픈 이야기라 마음이 허전한 느낌이 들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그 기분이 더 커져서 먹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을 연기한 최민식배우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장백지라는 배우를 잘 몰랐는데 영화에서 보고 파이란의 이미지와 딱 맞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사가 많지는 않지만 눈에서 감정이 느껴진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사랑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보기에는 거의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에게도 그 나름의 사랑이 있습니다. 별 생각없이 선물한 머플러에서 사랑이 시작 됐습니다. 파이란은 그 머플러 하나에 의지하여 외로움을 이겨나갑니다.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없는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영화를 보면서 잊었습니다. 


 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파이란의 이야기는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건 편지 두 통이 전부입니다. 서툰 한국말이지만 장백지의 목소리는 마음속 어딘가를 건드리는 감정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그 편지를 쓰기까지의 그녀의 인생은 어땠을까요. 아무 것도 모르고 도착한 타국에서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험한 일을 해야만 하는 처지.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서류뿐이긴 하지만 결혼을 해야만 하는 상황, 피를 토하게 아프지만,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과연 내가 파이란 이었다면 강재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란은 강재를 사랑하게 됩니다. 마음을 의지하고 늘 그리워합니다. 원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강재는 뒤늦게 파이란의 편지를 받아들고 슬픔에 빠지게 됩니다. 강재가 파이란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하면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리워하는 마음은 생겨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기 전에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했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들이 조금 더 빨리 만났다면 강재와 파이란이 조금은 더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사랑 이야기를 하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두 주인공이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장면 조차 없는 영화. 

그렇지만 어떤 영화보다 깊은 사랑을 느낍니다.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합니다. 


 요란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파이란의 마지막 편지를 한 번 더 읽어 봅니다. 


강재씨에게


아무도 없는 사이에 살짝 몇자를 씁니다.

손이 굳어 글씨를 지저분하게 써서 죄송합니다.

이 편지를 강재씨가 받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보시리란 확신이 없어 부치지 않습니다.

이 편지를 보신다면 저를 봐주러 오셨군요...감사합니다.

나는 죽습니다.

한국어를 모른다고 생각을 하고 의사가 말을 했습니다.

너무나 잠시였지만 강재씨의 친절 고맙습니다.

나이라든가 성격이라든가, 습관이라든가.

강재씨 관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보고 있는 사이에 강재씨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좋아하게 되자 힘들게 되었습니다.

혼자라는게 너무나 힘들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은 항상 웃고 있습니다.

여기 사람도 모두 친절하지만, 강재씨가 가장 친절합니다.

나와 결혼해 주셨으니까요.

 

강재씨

내가 죽으면 만나러 와주실래요?

만약 만난다면 부탁이 하나 있어요

당신의 아내로 죽는다는 것 괜찮습니까?

응석 부려서 죄송합니다..

제 부탁은 이것뿐입니다.

 

강재씨 

당신에게 줄 수 있는것 아무것도 없어서 죄송합니다.

세상 어느 누구보다 사랑하는 강재씨 안녕....